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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책 후기

[책]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 왜 특정 국가의 박물관에 다른 국가의 유물들이 있는가?

by forgodot 2023. 10. 18.

역사는 책으로 기록되기보다 약탈물로 기록된다.

융성한 국가의 뒷 모습에는 전시 약탈의 흔적이 생생하다.

 

루브르 박물관을 가면 일주일 내내 돌아도 그 안의 모든 것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을만큼 많은 예술작품과 세계의 문화유산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 뿐만 아니라 대영박물관, 바티칸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등 그 안에 전시되어 있는 문화유산들을 제대로 의미를 알고 구경하기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할 만큼 수없이 많은 가짓수를 자랑한다. 박물관을 제대로 즐기려면 '여행'이 아니라, '거주'의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실제로 그 박물관들을 관람할 당시에는 그런 구성이 참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고대 이집트부터 19세기 오리엔트 및 유럽 미술의 모든 분야를 하나의 건물안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환상적인가. 

대단하고, 대단하다는 감탄사의 연발이 나올 뿐, 왜 다른 나라의 유물 원본이 다른 국가인 이 곳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도

'왜? 이 나라의 것이 아닌데, 여기 있지? 그것도 심지어 원본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지 궁금하다.

 

만약, 이와 같은 궁금증을 가져 본적이 있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들에 담겨있다.

 

책은 총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책은 '돌아온 세계 문화유산'. 두번째 책은 '빼앗긴 세계 문화유산'이다.

제목이 상징 하듯이 간단히 요약하면, 첫번째 책은 약탈되었다가 돌아온 세계문화유산.

두번째 책은 반환되지 않고, 지난 역사의 어떤 이유로 인해 빼앗긴 채 돌아오지 못한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이다.

 

1권 - 돌아온 세계문화 유산의 목차.

먼저 목차부터 소개하자면, 위와 같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삼스레 왠 목차?'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권의 구성과의 비교를 위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1권의 프롤로그와 챕터 1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프롤로그에는 1995년 로마에서 열린 '도난 및 불법 문화재에 관한 유니드로와 협약'의 채택을 위한 외교관 회의에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하게된 작가님이 그때 느꼈던 생각과 상황들을 잘 표현해 놓았다. 직접 그 현장에 있었던 분이 쓴 글이라서 그럴까? 프롤로그부터 왠지 흥미진진하게 읽혀졌다.

 

챕터 1은 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문화재 반환에 대한 회의들이 어떤 우여곡절을 겪고 어떻게 워싱턴 원칙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과정에 대해 적혀있다.

'약탈 문화재 환수를 위한 가이드라인(원소유자를 찾기 위해 문화재의 관련 과거기록과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요지)'이 성립된 워싱턴 회의(1998년)는 부끄럽게도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뉴스에서 문화재 반환 어쩌고 이야기가 나와도, 그 순간만 반응할 뿐 우리의 삶에 체감되는 부분들이 없으면 사실 관심의 영역밖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 알게되는 지식이 비교적 어렵지 않게 잘 설명되어 진 책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책의 시작이 좋았다.

그리고, 챕터 2에서 마지막 장까지는 단순히 교과서처럼 '약탈된 문화재가 어떤거다. 이거 회수 되었다.'로 이어지는 지루한 이야기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다.

 

만약, 그냥 단순히 문화유산의 이름들이 나오고, 왜 약탈 됐는지, 언제 반환되었는지, 수많은 목록을 열거하고 요약되었다면, 정말 재미없을 주제이지 않는가?

 

나는 책을 열기 전에 사실 그러한 두려움?도 있었다.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전공도서면 학점을 위해서라도 인내하겠지만, 학점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런 지루한(중요하지만) 것들에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 라는 하는 두려움?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구성은 이렇다.

먼저 하나의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부터 한다. 예술작품을 그린 작가가 그런 위대한 작품을 만들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와 왜 이 작품이 그 나라에서 중요한 유산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다가 자국이 아닌 타향길로 오르게 되었고, 그것을 다시 되찾는 과정에서 법적인 분쟁과 그 분쟁을 해소하고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과정까지, 마치 소설처럼 재미있게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반환과정이 생략되어 진다고 하더라도, 유명한 예술작품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는 문화재 반환의 적극적인 의지보다는 주변국과의 관계에 눈치보기만 급급하고 소극적이기만 한 우리나라의 실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적혀있다.

 

 

2권은 빼앗긴 문화유산이다.

빼앗겼는데 돌아오지 못한 것들.. 에 대한 이야기.

 

2권은 문화유산의 약탈을 4가지 흥미로운 주제로 나눠서 이야기들을 묶었다.

제왕들의 탐욕에 의해 승리의 상징처럼 약탈되어진 문화유산들..

제국 주의에 의해 희생된 민족의 유산.

여러개로 나뉘어서 전리품으로 흩어진 걸작 예술품.

빼앗긴 우리의 문화재.

 

이 책들의 좋은 점은 우리가 한번쯤은 다 들어봤을 만한 유명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문화재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문화재 약탈로 기록 되어 있는 함무라비법전 비문(루브로 박물관에 소장),

파리의 콩코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는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을 떠날 때 아내 조제핀이 기념 선물로 가져오라고 한것이라는 것.

이런 부분들은 그 당시 타국의 문화유산이 침략국에게 그저 기념품 정도의 가치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러개로 흩어져 완전한 짝을 맞추지 못한 걸작 예술품 그리고 빼앗긴 우리의 문화재.. .

 

사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지식을 얻게 되고 이름만 들어왔던 유명한 예술품과 문화유산에 대한 역사를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자꾸 여러 질문들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세계문화 유산이란 무엇일까? 인류 전체의 문화유산이라는 말일까?

오히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서 그 문화유산의 원래 주인의 쇼유권이 약화되는 구실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반환하기 싫은 나라의 구실 중 하나는 그것을 '예술품'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해버리는 것이기도 했다)

반대로 그것이 세계문화유산이 아니라, 특정 민족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면, 이거 세계의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나라에서 우리의 조상이 만든 흔적인 우리만의 문화유산이니까 '우리 마음대로 (수많은 내전이나,테러) 파괴해도 너네가 무슨 상관이야?' 라고 폭력적인 집단들은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어떤 고대문화의 유산들은 침략자들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그 가치를 지금처럼 인정 받고 있을수 있을까?

지금의 국가라는 개념이 생겨나기전에 존재했던 고대문명의 흔적은 누구의 것일까?

그 나라 민족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고대문명은 우리 모두의 조상이니까 우리 모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문화재를 반환하지 않은 자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다양하다.

"너네 땅에서 발견됐어도 이거 너네 나라에서가 아니라, 너네 나라 침략했던 다른 나라에게서 뺏은건데?"

"너네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게 더 안전하게 잘 관리할 수 있어."

"이거 우리가 뺏은게 아니라 그 당시 기준으로 나름대로 합법적인 기준으로 가져온거야."

"나도 돈주고 산거야."

 

그럼 왜 한쪽에선 주지 않으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돌려 받으려고 할까?

어떤 자들은 정말 그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나 민족적 자부심과 상징의 의미로서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겠지만,

또 어떤 자들은. 돈이 되니까. 이걸 가지고 있으면 관광객들이 많이 오니까.

(확실히 문화부흥기에 천재 조상들이 대거 출연해서 남겨놓은 문화적 유산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관광수입의 도움을 받는 유럽의 도시는 많을거니까)

라는 단순한 자본주의 논리에서 비롯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기전에는 나는 오히려 그런 강대국(?)들이 가지고 있는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티비를 보면 내전이나, 테러집단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세계문화유산이 파괴되고, 위대한 인류의 흔적들이 무장 집단들에 대한 훼손 당할 높은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안전한 제3의 장소에 그것들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문화재를 반환하기 싫어하는 강대국들의 논리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참 어렵다.

그것의 기준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서 접근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아직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돌아 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는 거 같다.

 

결국, 강대국들이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문제는 해결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굳어져 버릴 것인지 결정이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1권에서 언급되었던 워싱턴 회의는 새로운 희망의 불씨이다.

 

그 불씨가 정의의 불길이 되어 제대로 타오를지 아니면, 강대국들의 압력으로 다시 꺼져버릴 지는'약탈 문화재의 세계사'같은 책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그것이 여론화 되어 워싱턴 회의보다 더 비약적인 발전이 있는 새로운 국제협약이 만들어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냥 유럽이나, 미국의 박물관을 여행할 목적이 있으신 분이 미리 그 문화재의 사전 지식을 얻고 더 커다란 감흥을 느껴보고 싶은 분.

이 포스팅에서 언급한 수많은 질문들과 같은 생각을 해봤다면 그 해답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그리고, 평소에 역사나 예술품 혹은 문화재에 관심은 있는데 책들이 너무 어려워서 접근 못했던 사람들이 읽기에도 좋을 거 같다

(그 시대에 맞는 지도나, 많은 삽화나 사진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너무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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